자수 조각 보자기, 조선, 비단, 37x36cm, 서울공예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다양한 색감의 천으로 만들어진 비단 조각보 위에 꽃과 새, 불로초와 나비 등 좋은 기운을 담은 소재들을 수놓은 것으로 보아 특별한 날에 사용되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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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다양한 조각들의 집합이죠. 조각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이는 자투리지만 여럿이 모이면 멋진 장면을 완성시킬 수 있어요.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과 철저히 고립된 삶은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만들지만 더불어 사는 삶은 살아가는 의미를 깨닫게 만들죠. 👭🏻

오늘 만나볼 아트레터의 주제도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각이 모여 만드는 아름다움! 조각보를 감상하며 함께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동안 아트레터에서 만나본 다양한 한국화에선 각각의 요소마다 무언가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었죠. 조각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각보는 세속 신앙의 요소가 가미되기도 했어요. 보자기는 ‘보’ 또는 ‘복’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행복을 뜻하는 ‘복’과 발음이 같아 그 의미가 통한다고 믿었답니다.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다 감쌀 수 있는 보자기는 복을 감싸 간직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어요. 바느질은 기원(祈願)의 의미를 담은 일종의 수행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각보는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긴 공예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각보는 다양한 색의 자투리 천을 이어 만들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색을 갖고 있어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이질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아요. 그 이유는 천의 재질이 비슷한 것들끼리 엮어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모시는 모시끼리 명주는 명주끼리 이어서 계절에 따라 다른 조각보를 사용했어요. 선조들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지요.

밥상 위 음식을 덮어놓기 위해 사용했던 밥상보는 조각보 중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조각보는 다양한 곳에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의 커튼 같은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고, 혼수를 포장하는 용도로도 사용했어요. 실용적이면서 아름다움까지 놓치지 않는 조각보의 매력은 끝이 없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사용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규방공예를 대표하는 조각보는 불규칙 속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매력입니다. 우리의 삶도 조각보처럼 각자 다른 사람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고 있죠. 그래서 조각보는 세상과 닮아 있습니다.
오늘만큼은 주변의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덜어내고,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보자기처럼 넓은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요? 누군가와 함께할 때의 보람과 즐거움은 혼자일 때와는 사뭇 다를 거예요!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우리나라의 다양한 보자기 문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것부터 담백한 매력의 보자기까지, 각각의 매력이 살아 숨 쉬는 보자기의 세계에 빠져보세요. 혐오가 널린 지금의 시대에서 잠시 벗어나, 보자기처럼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감싸 안는 행복을 전시를 통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