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vard Munch, The Dance on the Shore, 1900, The National Gallery Prague, Prague, Czech Republic.
어스륵한 어둠이 깔린 해안가에 노란 달이 아닌 붉은 해가 바다를 비추며 특별한 장면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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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 뭉크는 노르웨이의 여름빛에 매료되었습니다. 💫 북유럽은 한여름에 낮만 지속되는 백야(白夜,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현상)가 일어나죠. 뭉크는 이것을 주제로 여러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작품에선 뭉크가 포착하려고 했던 두 가지 감정인 고요함과 불안함을 모두 불러일으킵니다.

거의 매년 여름 근처 해안가에 머물며, 여름밤의 독특한 분위기를 포착하기 위해 오후 9시에서 11시 사이에 작업을 했던 뭉크. 이번 아트레터에선 뭉크의 시선으로 본 아름다운 여름밤을 소개합니다. 

<목소리/여름밤>에 묘사된 여자는 뭉크의 첫사랑 밀리 토로우입니다. 👩‍🦰 그녀는 뭉크보다 나이가 많았고, 동료 예술가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인기 있는 여성이었어요. 뭉크는 처음 보자마자 그녀에게 끌렸고 그녀와의 만남을 다이어리에 세세하게 묘사하여 적곤 했습니다. 다이어리에 주로 적힌 내용은 ‘경험이 많은 여성이 자신에게 집착하는 젊은 남자를 놀리는 이야기’였어요.

밀리는 군의관 대위와 결혼하였고, 둘의 로맨스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후에도 그녀를 작품에서 음의 상징인 여성상으로 그리곤 했습니다. 특히 후기 작품에선 뭉크의 작품 활동을 대표하는 생의 프리즈(Frieze of Life, '생명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인간의 인생'의 주제를 그림으로 표현한 연작)의 일부로 등장했습니다.

잉거는 뭉크의 가족 중 가장 오랜 산 여동생인데, 자주 모델로 삼았습니다. 뭉크의 가족사는 유명하죠. 5살 때 어머니를 결핵으로 잃고, 9년 후에 누나가 같은 병으로 죽고 맙니다. 그는 일기에 자신의 삶은 늘 죽은 사람들과 함께였다고 적었고, 죽음은 뭉크에게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

이 초상화가 제작되던 해에 뭉크는 오슬로 근처의 피요르드 끄트머리에 위치한 작은 마을 아스고르트스트란드에 있는 작은 집을 빌려 살았는데, 그 마을은 그가 1888년부터 정기적으로 방문했던 곳입니다. 이곳은 많은 오슬로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에게 여름 휴양지 역할을 했습니다. 북유럽 특유의 서늘한 여름 기후를 색상으로 실감 나게 표현하며 뭉크가 색을 다루는 감각이 탁월하였음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이전 그림들과는 달리 여유롭고 밝은 여름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

뭉크에게 1915년 여름은 다른 여름들과 달랐습니다. 평소 있던 곳에서 여름을 보낸 것이 아니라 노르웨이 흐비트스텐(Hvitsten)에서 울라 대학의 장식 작업을 위해 머물렀습니다. 8월과 9월엔 트론헤임, 옐냐, 코펜하겐을 여행하며 새로운 풍경을 눈에 담았고, 독일의 영아티스트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뭉크의 마음에 생긴 여유가 여름을 더욱 활기차게 보여줍니다.

이후에 뭉크의 작품들을 보면 해가 밝게 뜨는 일출이나, 밤에도 화려하게 별이 빛나는 순간들을 그려냈습니다. 평생 불안과 정신병, 죽음의 공포로 고생하였지만 그의 작품에선 '어둠 속에서 빛나는 태양과 빛'을 통해 절망 속 희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영혼을 해부하고, 영혼을 연구하는 일이 자신의 일이라고 말했던 뭉크. 그가 그림으로 밝혀낸 것은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움직이는 영혼들이라는 것입니다.

전시명: 저녁의 시간

작가: 이호인, 왕선정, 연진영

장소: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arariogallery_official)

기간: 2022-06-09 ~ 2022-08-06

낮이 저문 후 밤이 되기 전까지를 의미하는 '저녁의 시간'은 그 경계가 부정확하고 불명확한 시간이자 상태입니다. 완전한 밝음과 완전한 어둠 사이에서 불완전한 상태로 최종이 되기 전까지 움직이는 바로 그 순간을 담은 3인의 작가들(이호인, 왕선정, 연진영)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변화의 과정과 불확정성의 경계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보는 시도들을 담은 전시를 감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