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문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 중 일부
2019년 국보로 지정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은은한 먹의 농담과 색채, 그리고 대상에 따라 변화하는 다채로운 필선은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
매일 30℃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어요. 여름휴가가 절실한 요즘, 딱 어울리는 말이 있어요. 그건 바로 와유! 와유는 누울 와(臥)에 놀 유(遊)자를 써서 누워서 흥취를 즐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 아트레터를 통해 바쁜 일상 속 잠깐의 피서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화를 논할 때 심사정을 빠트리는 것은 말이 안 될 정도로 한국미술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인물입니다. 3원 3재(조선시대를 대표하는 6대 화가: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공재 윤두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심사정은 관직에 오르지 않고 평생을 그림 그리는 일에 열중하며 살았다고 해요. 조선 후기 남종화 열풍의 주역이었던 심사정은 북종화의 장점도 적절히 섞어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했습니다.

위아래로 길쭉한 화면 안에서 다양한 구도의 풍경이 전개되고 있는데 이는 동양화의 3원법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담묵으로 은은하게 우려낸 강의 경치는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물을 잔뜩 머금은 듯한 구름과 이어져 신비한 아름다움을 탄생시켰습니다. ☁️ 우측 상단의 5언시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 두보의 <춘야희우>라는 시의 일부분으로, ‘들녘 길은 온통 구름이라 어두운데 강에 뜬 배 등불 밝구나‘라는 뜻이라고 해요. 왠지 시와 함께하니 작품 속 풍경의 정취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이인문은 김홍도와 이름을 나란히 하던 궁중화가랍니다. 관념산수화(실제 있는 것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상상해서 작품을 그리는 것)를 주로 그리던 그의 작품세계를 생각해 보면 작품 속 풍경은 실재하는 조선의 풍경이 아닌 화가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웅장한 자연을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거대한 절벽과 강물 사이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넣어 풍속적인 면모도 느껴집니다.

강산무진도는 좌우로 넓게 펼쳐진 작품이에요. 세로의 폭은 약 50cm 정도로 좁은데 가로는 8미터가 훌쩍 넘는 크기죠. 이런 작품은 어떻게 감상했을까요? 아마 비단을 둘둘 말아 일부분씩 펼쳐서 감상했을 거예요. 그래서 강산무진도는 큰 화면의 아무 곳이나 확대해서 봐도 알차게 화면이 구성되어 있답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2019년에 국보로 지정된 걸작이랍니다. 올해 5월부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형 디지털 화면으로 실감 콘텐츠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많관부! [관련기사 Click]

이번엔 콤팩트한 매력이 있는 정선의 화첩 속 산수를 만나보세요. <신묘년 풍악도첩>은 정선의 초기 화풍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이 담겨있는 화첩이에요. 화첩은 두루마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정한 간격으로 접어 만든 일종의 서적이에요. 두루마리로 감상하는 것도 즐거움이 있겠지만 들고 다니며 풍경을 즐기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죠. 화첩은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예술을 감상하기에 적합한 미디어로 볼 수도 있습니다.

<신묘년 풍악도첩>의 일부인 이 작품은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의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단발령은 고개에 오르는 순간 펼쳐지는 금강산의 풍경에 반해 머리를 밀고 속세와 단절된 삶을 살고 싶게 만든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정선이 바라본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은 구름에 가려져 마치 하늘 위를 둥둥 떠다니는 마법의 성 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정선은 어떤 마음으로 금강산을 바라보았을까요?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다양한 장소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예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죠. 지금 시대의 와유란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요? 오늘의 아트레터를 통해 고민과 걱정은 모두 떨쳐버리고 시원한 여름을 만끽해 보아요!

JUN IS FREE 작가의 시선으로 만나는 여름의 조각들. 여름의 장면들은 바래진 기억과 함께 미화된 이미지로 자리 잡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최근 몇 년간의 여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억의 미화가 아닐까요?

“이 눈부신 계절의 아름다움이 빛을 잃지 않도록 사진을 통해 각자가 여름을 추억함과 동시에 새로운 여름의 기억을 새길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