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 우리가 다시 교황의 초상화를 꺼내든 이유.

그림이 말해주는 진짜 우리 시대의 얼굴.

2025. 5. 24.

(이벤트) 🇻🇦 우리가 다시 교황의 초상화를 꺼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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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배달 왔어요💌

2025.05.24 Vol.190

🎬 The Young Pope (2016,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바티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잘 생기고 섹시한 젊은 교황(주드 로)의 권위 회복 프로젝트. 압도적인 미장센과 예술, 건축, 영성의 바이브가 아름답게 그려진 드라마.

아트레터 구독자 여러분, 정말 오랜만이에요. 😊
그간 잘 지내셨나요? 여러분과 예술 이야기로 연결되는 이 시간이 참 반갑고, 또 설레네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오늘,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소식을 함께 나눠보려 해요. 얼마 전,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되었죠. 👀 흥미로운 건, 그가 ‘레오’라는 교황명을 선택한 이유가 AI 시대의 인간 존엄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는 점이에요.

“산업혁명 시기, 노동의 존엄을 지키려 했던 레오 13세의 길을 따르겠다. 오늘날엔 AI가 새로운 과제다.”

그가 던진 한 문장은 유난히 오래 남더라고요.

“지능이 아닌 것을 계속 ‘지능’이라 부르고 싶나요?”

이 질문은 기술을 넘어 인간다운 삶, 윤리, 정의를 떠올리게 해요.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조용히 되묻죠. 사실 ‘교황’이라는 존재는 늘 시대의 거울 같은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오늘 아트레터는, 시대를 초월해 다양한 시선으로 ‘교황’을 바라본 예술 작품들을 소개해보려 해요. 신성함과 권위, 통합과 성찰의 상징으로서 교황을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지금 이 시대, 우리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존엄’의 의미를 건네고 싶어요.

✨ 그리고! 하단에 전시 티켓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그럼,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세요!

권위와 불안의 교황

라파엘로, 〈레오 10세와 두 추기경의 초상〉, 1518-1520

Raphael, Portrait of Leo X with Cardinals Luigi de’ Rossi and Giulio de’ Medici, 1518, Uffizi, Florence, Italy.

고전적이고 이상화된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라파엘로지만, 이 그림만큼은 조금 달라요. 이 작품에서는 이상화 대신, 무겁고 피로에 찌든 얼굴의 교황이 화면을 지배하죠.

🧑‍🎨 이 초상은 교황 레오 10세(본명: 조반니 데 메디치)가 직접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메디치 가문 출신이자 예술의 열렬한 후원자였던 그는 당시 면죄부 판매를 둘러싼 교회 내외의 격렬한 비판과 위기 속에 있었습니다. 특히 마틴 루터가 공개적으로 교황권에 도전하던 시기였죠.

그림 속 교황은 돋보기를 쥔 왼손, 그리고 책(해밀턴 성경)을 얹은 오른손을 보여줍니다. 시력이 좋지 않았던 현실적인 모습까지 감추지 않은 라파엘은, 미화보다는 진실을 택한 셈이에요. 그 책은 그의 아버지, 로렌초 데 메디치(로렌초 일 마니피코)가 선물한 것이라 더욱 의미심장하죠.

👥 교황 뒤로는 두 명의 친척 추기경이 나란히 서 있어요. 왼쪽은 줄리아노 데 메디치(훗날 교황 클레멘스 7세), 오른쪽은 루이지 데 로시. 모두 메디치 가문의 인물들로, 이 구도 자체가 교황청의 권력 세습 구조를 암시하듯 조용히 말하고 있어요.

테이블 위에는 금과 은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종이 하나 놓여 있어요. 🔔 그 위엔 아칸투스 잎, 꽃, 그리고 메디치 가문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반지와 깃털이 새겨져 있죠.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어쩐지 공허함과 긴장감이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결국 이 그림은, ‘신성함’이라는 가면 뒤에서 고요히 숨 쉬는 인간성을 드러낸 라파엘의 야심이자 용기였어요. 그림 속 교황은 권위의 상징이자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그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너무 진짜 같아서 무서운 교황

디에고 벨라스케스,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 1650

Diego Velázquez, Portrait of Pope Innocent X, 1649–1650, Galleria Doria Pamphilj, Rome, Italy.

“È troppo vero! 너무 진짜야!”

실제로 이 초상을 본 교황 인노첸시오 10세가 남겼다는 말이에요. 그만큼 사실적이고 날 것 같은 그림이라는 뜻이죠.

1650년, 로마를 방문한 스페인의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교황 인노첸시오 10세를 그립니다. 그림 속 교황은 붉은 법복을 입고, 날카로운 시선을 띠며, 약간은 흐릿한 눈빛을 하고 있어요. 벨라스케스는 교황을 현실적으로, 거의 해부하듯 묘사했죠.

👁‍🗨️ 겉으로는 권위에 찬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속엔 초조함, 방어적인 태도, 그리고 묘한 불안이 흐릅니다.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교황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이 자리에 어울리는가?”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교황은 처음에 벨라스케스에게 초상을 거절했다가, 화가가 자신의 하인을 먼저 그린 초상화를 보여주자 마음을 열었다고. 🤭 진실 여부는 모르지만, 이 초상의 강렬함과 진실성만큼은 모두가 이견이 없습니다.

이 초상을 보고 있으면, ‘권위’란 마냥 위대하게만 보이는 게 아니라 깊은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힘의 그림자도 함께 짊어진 존재라는 걸 새삼 느끼게 돼요. 그림과 마주한 그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교황도 결국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비명을 지르는 교황

프랜시스 베이컨, 〈벨라스케스의 인노첸시오 10세 초상에 대한 연구〉, 1953

Francis Bacon, Study after Velá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 1953, Des Moines Art Center, Des Moines, IA, USA.

“너무 진짜 같아!”라며 깜짝 놀랐다는 교황의 초상을 300년 뒤 다시 그린 작가는, 오히려 현실보다 더 불편한 진실을 꺼내 보입니다. 그림 속 교황은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그런데 그 비명은 들리지 않습니다. 두터운 커튼과 금속 프레임이 그의 목소리를 틀어막고 있거든요.

이 작품은 벨라스케스의 초상에 대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재해석이에요. 그는 이 그림을 포함해 무려 50점 넘는 '절규하는 교황(Screaming Popes)' 연작을 남겼고, 그중에서도 1953년작은 가장 충격적이자 완성도 높은 버전으로 평가받습니다.

보라빛 제의, 어두운 배경, 유리처럼 차가운 프레임 속 인물. 교황의 얼굴을 덮는 반투명한 커튼 주름은 마치 감정의 감옥처럼 보이고, 주변을 둘러싼 장치는 전기의자를 연상시킵니다. 이 그림은 엄연히 ‘교황’을 그린 초상이지만 그 어떤 권위도 느껴지지 않죠. 오히려 절대 권력의 불안, 고립, 죄책감 같은 것들이 얼굴에 뒤엉켜 있어요. 2차 세계대전 이후, 교황청이 침묵했던 역사적 맥락을 떠올리면 더 많은 질문이 따라붙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신의 대리인을 통해 신을 죽이는 의식 같다”고도 말해요. 하지만 베이컨은 “나는 교황이 아니라, 색을 쓰고 싶었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죠. 보라색 옷은 교황 아니면 입히기 어려우니까요. 💜

어쩌면 이 그림은, 권위가 무너지는 순간보다도 침묵 속에서 절규하는 존재의 얼굴을 말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결국 이 그림도 질문을 던집니다.

‘신은 정말 침묵하고 있는가?’ 혹은, ‘그 침묵이야말로 가장 큰 절규가 아닐까?’
보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이 비명, 여러분은 들리시나요? 🎧

가벼워 보이지만 가볍지 않은 교황

페르난도 보테로, 〈레오 10세 교황(라파엘 이후)〉, 1964

Fernando Botero, Pope Leo X (after Raphael), 1964, private collection.

엄숙하고 위엄 넘치던 르네상스 교황의 이미지가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콜롬비아 출신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는 통통한 인물과 납작한 공간, 단순화된 색감을 특징으로 하는 그만의 독특한 회화 스타일인 ‘보테리즘(Boterismo)’을 확립해 왔죠. 이 그림은 그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받아요.

그림 속 레오 10세는 짧은 팔다리와 커다란 얼굴, 작은 눈과 입으로 묘사됐어요. 유아와 어른이 뒤섞인 듯한 모호한 모습이죠. 👦🏻 보테로는 품격 있는 교황 초상화의 상징성을 의도적으로 날려버린 듯합니다.

하지만 웃고 넘길 수만은 없어요. 이 낯설고 유쾌한 왜곡은 유럽 고전 회화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식 해석이자,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존엄’과 '위엄'이라는 개념을 다시 묻는 시도이기도 하거든요.

“왜 이렇게 그렸나요?”라는 질문에, 보테로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작가는 어떤 형태에 끌릴 뿐, 왜 그런지는 나중에야 조금씩 이해하게 되죠.”

이 그림도 그런 직감에서 출발했을 테지만, 우리에겐 묘한 긴장감과 함께 권위에 대한 유쾌한 풍자로 다가옵니다.

운석에 맞고 쓰러진 교황

마우리치오 카텔란, 〈La Nona Ora (The Ninth Hour)〉, 1999

Maurizio Cattelan, La Nona Ora (The Ninth Hour), 1999, private collection. © Maurizio Cattelan, Courtesy Anthony d’Offay Gallery, London, Photo by Attilio Maranzano. Pinault Collection.

바닥에 쓰러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그의 몸 위엔 무려 60kg짜리 운석이 떨어져 박혀 있습니다. 이 전대미문의 충격적인 조각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대표작. <라 노라 오라(아홉 번째 시간)>이라는 제목은,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절규했다는 ‘제9시’를 가리켜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 조각 속 교황은 실물 크기로 재현되었고, 두 손으로 십자가를 움켜쥔 채 쓰러져 있습니다. 그 모습은 숭고한 순교와는 거리가 멀어요. 마치 SF 영화 속 예기치 않은 재난, 신의 뜻도 악의도 아닌, 그저 우연의 비극처럼 보이죠.

이 작품이 전시되었을 때, 관람객들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습니다. 어떤 이들은 신성모독이라고 했고, 또 어떤 이들은 권위와 신념의 본질을 되묻는 충격적인 시선이라 말했죠. 💥 또 어떤 이들은 교회의 위선, 세속화, 혹은 신의 침묵에 대한 은유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쓰러진 교황에게는 어떤 믿음의 끈이 남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운석에 쓰러졌지만 여전히 십자가를 쥐고 있는 그의 모습은, ‘절망 속에서도 계속되는 신념’이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어요.

카텔란은 늘 그렇게, 가벼운 유머와 차가운 진심 사이를 오가며 불편하고 도발적인 방식으로 ‘신성함’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듭니다.

“교황도 쓰러질 수 있다면, 우리는 뭘 붙잡고 살아가야 할까요?”

신이 외면한 시간, 바닥에 쓰러진 이 한 사람을 통해, 예술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묻는 듯합니다.

“믿음이란, 계속해서 질문을 견디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 전시 티켓 이벤트
코리아나미술관 국제기획전 《합성열병》

우리는 AI가 만든 이미지와 문장을 일상처럼 접하고 있습니다. 한 줄의 프롬프트로 생성되는 풍경과 인물들, 한때 인간만의 영역이라 여겼던 창의성은 이제 알고리즘의 영역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 예술은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요?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합성열병》은 ‘생성형 AI’가 우리 일상과 예술, 감각과 상상에 어떤 균열을 만들어내는지를 비평적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이 전시는 AI를 찬양하거나 경계하지 않아요. 대신 ‘합성’이라는 기술이 불러온 열풍과 그 이면의 불안을 ‘열병’에 비유하며, 그 안에 감춰진 권력과 편향, 데이터 착취, 인간성의 변화 등을 작가 9인의 시선으로 들여다봅니다.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이미지와 함께 진행되는 렉처 퍼포먼스, AI와 공동 집필한 소설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설치, 스크린 속 픽셀의 물성을 해체하는 사진 작업, 디지털 시대의 식민주의를 은유하는 영상 설치까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각과 인식의 기반을 흔들어놓습니다.

💡 이 전시는 오디오 가이드와 키워드 맵이 제공되어 전시회가 낯선 이들에게도 충분히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5월에는 박물관·미술관 주간 연계 워크숍, 강연, 체험형 프로그램이 포함된 《게더링 AI – 모두를 위한 기술 접근성》도 함께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