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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천재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는 계절마다 다양한 과일과 식물을 이용해 얼굴을 그리는 독창적인 <테스테 콤포스테(teste composte)>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겨울을 묘사한 작품은 거칠고 주름진 나무껍질로 표현한 늙은 남자의 얼굴로 고요한 겨울을 상징해요. 그런데 그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생기를 불어넣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주인공, 레몬입니다!

아르침볼도는 오렌지와 레몬을 남자의 가슴에 매달아 그렸어요. 레몬은, 겨울철 이탈리아에서 추운 날씨 속에서도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과일이었는데, 그 특유의 밝은 색으로 겨울의 음침한 분위기에 활기를 더했습니다. 🍊🍋

오늘날에도 이 레몬은 겨울철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되는 재료로 널리 쓰이죠.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레몬을 넣은 따뜻한 콜라 음료(유사 수정과🙄)가 감기 민간요법으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유럽에서는 레몬이나 오렌지, 사과를 넣어 만든 따뜻한 와인인 뱅쇼와 글뤼바인이 겨울철 음료로 사랑받고 있죠. 비타민 C가 풍부한 레몬은 겨울의 냉기를 이겨내는 데 꼭 필요한 존재였고,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지혜였던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 황금기의 정물화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과일 중 하나는 바로 레몬입니다. 17세기 무역이 발달하면서 네덜란드 상인들은 인도와 네팔 등 히말라야 지역에서 가져온 이 신맛 나는 과일을 부와 사치의 상징으로 여겼어요. 💰 그뿐만 아니라, 바깥은 화려하지만 속은 시고 쓴맛이 나는 레몬은 바로크 시대의 상징주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림 속 레몬은 여러 조각으로 썰려 신선한 과육이 드러나며 아름답고, 군침을 돌게 해요. 하지만 아름다운 겉보기와 달리 레몬의 속은 그렇지 않죠. 레몬은 쓰디쓴 기만과 실망을 표현하며 죽음의 고통과도 연결됐습니다. 

이 흥미로운 과일은, 영어 속어에서도 그 상징성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레몬’이라는 단어는 쓸모없는 물건이나 고장난 중고차를 가리킬 때도 사용돼요. 특히, 20세기 초 자동차 시장에서 중고차를 판매할 때,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제투성이인 차량을 ‘레몬’이라 부르기 시작했죠. 반대로, 속이 알차고 품질이 좋은 물건을 일컬을 때는 ‘복숭아(peach)’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런 차이에서 파생된 경제 용어가 바로 "레몬 시장"과 "피치 시장”이에요. 레몬은 신선한 향과 풍미만큼이나 다양한 상징을 지니고 있죠?

클로드 모네는 1884년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보르디게라에 머물면서 지중해의 레몬 나무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작품 <Under the Lemon Trees>는 황혼 속에서 레몬 나무들이 어우러진 장면을 담고 있어요. 파란 저녁 하늘과 활기찬 노란빛 레몬의 대비가 매혹적입니다. 레몬은 모네의 작품 속에서 햇살과 자연의 생기를 담아내며, 그만의 특별한 색채 언어로 재탄생했어요.

레몬을 떠올리면, 한국 문학계의 이상(李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의 마지막 유언이 “레몬 향기를 맡고 싶소”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니까요. 다만, 이상의 마지막 곁을 지킨 변동림(김향안)의 회고에 의하면 멜론이 먹고 싶다고 하여 사다가 깎아 드렸더니 “멜론 향기가 너무 좋소”라고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는 설도 있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이상의 유언 속 레몬을 서양 문물에 대한 동경이나 인생의 쓴맛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일본 작가 카지이 모토지로의 단편 『레몬』 역시 이 맥락에서 떠오르는데, 결핵으로 고통받던 카지이는 화집 위에 레몬을 올려두고 그 상큼한 향이 모든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고 적었죠. 일본어에도 능통했던 이상이 이 작품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일상 속 오브제를 강렬한 색채와 단순화된 형태로 재구성하며 대중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줍니다. 그의 작품 속 레몬은 이 과정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인데, 리히텐슈타인은 노란색과 파란색을 대비시키고, 여기에 흰색을 더해 단순하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강렬한 이미지로 레몬을 재해석했어요. 더 나아가, 그는 유리잔에 비친 레몬을 반복적으로 배치해, 마치 레몬이 보는 이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듯 착시와 반전을 주었죠. 마치 만화처럼 입체감이 배제된 색면 속에서 레몬은 정물화를 넘어서 하나의 상징이 됩니다.

리히텐슈타인이 레몬을 오브제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노란색이라는 강렬한 색감이 일차적으로 시각적 주목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레몬의 단순하고 일상적인 이미지가 팝아트의 본질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리히텐슈타인의 작업은 큐비즘의 영향을 받아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레몬의 둥글고 매끄러운 외형이 작품에 입체감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레몬은 미국에서 사시사철 쉽게 볼 수 있는 과일인데, 이런 일상적인 소재를 작품의 중심에 두면서도 시각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은 리히텐슈타인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예요. 그의 작품 속 레몬은 단순한 과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팝아트가 보여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시각적 경험을 완벽하게 상징하는 오브제가 된 셈이죠. 👀

청신 작가는 유년 시절, 우연히 본 바나나 껍질을 통해 깊은 상처와 치유를 경험했습니다. 선명한 노란색과 검게 변해가는 껍질 부분을 보며 삶의 상처와 치유를 시각적으로 포착했죠. 노란색은 밝고 건강함을, 검은색은 상처와 그로부터의 회복을 상징합니다. 이 두 가지 색상은 그녀의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는 중요한 상징이 되었고, 노란색의 생명력과 검은색의 깊이를 작품 속에 담아내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바나나 껍질은 레몬으로 변화했고, 노란 레몬과 검은 목탄의 대조는 그녀의 작품에서 자유와 평화의 감정을 전달하는 상징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게다가 레몬을 통해 한층 더 상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게 되었어요!

청신 작가는 최근에 오픈한 양주의 스타벅스 가나아트파크점에서 열린 첫 오프닝 전시 <still, life>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전에도 스타벅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선보인 텀블러와 워터 보틀, 가방 등의 아트 굿즈는 무채색의 일상 속에 노란 생기를 더해줬죠. 작품과 굿즈에 담긴 레몬의 밝은 색상은 지친 하루를 환하게 밝혀줍니다. 🥤

또, 2023년 CU에서 출시한 청신 레몬 하이볼도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산뜻한 레몬향과 리큐르의 씁쓸함이 조화를 이루는 이 하이볼은, 청신 작가의 ‘Black Neon’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패키지로 시각적인 매력을 더했습니다. 목탄 선이 담긴 패키지는 음료와 예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소비자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했어요. 🍹

레몬은 현대 음식과 음료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가니쉬이자, 그 상쾌함과 향기로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상징입니다. 청신 작가는 이 레몬을 작품 속에 담아 감각적인 자극을 주며,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일상 속으로 확장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