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

요즘 날씨가 덥고 습하고, 찜통더위가 한창이에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더위를 날려버릴 오싹하고 시원한 납량특집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피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소개할 거예요. 💉

"피?" 라고 생각하면 끔찍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겠지만, 오늘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보려고 합니다. 현대 예술가들이 왜 피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그들의 의도와 의미를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피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메시지를 찾아가 볼게요.

한국 현대 사진사와 페미니스트 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바로 박영숙(b.1941)입니다. 여성 사진작가로서 독특하고 강렬한 작업으로 워낙 유명하죠. 박영숙의 작품은 여성성을 부각시키는 도발적인 인물 초상사진으로, 여성의 몸과 자아를 사회적 억압과 성적 권력 구조에 맞서 표현해요. 1975년 UN이 정한 ‘세계여성의 해’ 기념 전시에 초대받아 여성 현실과 사회적 이슈를 다룬 사진으로 주목받았고, 1981년부터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대표작 중 하나는 2002년 발표한 <미친년 프로젝트> 중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입니다. 작가가 말하는 ‘미친년’이란 단순한 욕설이 아니라, 모성과 여성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여성을 뜻해요. 도발적이지만 절박함을 담은 여성들이죠. 작품 속 여성은 고등어 피로 낭자한 주방에 몸은 있지만, 정신은 딴 데 가있어 보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 여성이 있어야 할 공간에서 정신적으로 벗어나 느끼는 탈출의 순간을 포착했죠. 🔪

사진 속 내러티브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아이를 잃은 여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박영숙의 작품은 여성이 겪는 모성애와 사회적 억압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참고로, 작품 속 모델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해경 전 위원장이에요. 2002년에 박영숙 작가가 자신의 집 부엌에서 위원장에게 자신의 옷을 입힌 뒤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

마사 로슬러(Martha Rosler, b.1943)는 베트남 전쟁 당시, 그 참상을 미국 가정에 알리고자 했습니다. 전쟁이 반대편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저 TV에 나오는 먼 이야기로만 느꼈거든요. 그녀는 전쟁이 우리 삶에 얼마나 가까운지, 그리고 그 책임에 대해 인식하기를 원했습니다. 🪖

로슬러는 1967년에 시작한 <House Beautiful: Bringing the War Home> 시리즈를 통해 이를 실현했어요. 약 20개의 포토몽타주로 구성된 시리즈에서 로슬러는 베트남 전쟁의 사진을 인테리어 잡지의 화려한 이미지와 결합해 불편한 이질감을 조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Red Stripe Kitchen’은 화이트 톤의 깨끗한 주방에 전쟁터의 군인들이 등장해 평온한 가정의 이미지를 깨뜨려요. 군인들의 등장만으로 붉은 식기와 과일들, 그리고 빨간 스트라이프 벽지가 마치 전쟁터의 피처럼 느껴집니다. 바로 시각적 이미지로 미국 가정에 전쟁의 현실을 끌어들인 것이죠. 🏡

로슬러는 이 작품들을 갤러리 대신 언더그라운드 출판물에 실었어요. 그녀는 전쟁의 참상으로 이익을 얻기보다는 충격을 주고 저항하기를 원했죠. 이 작업은 'Goodbye to All That!'이라는 샌디에이고의 페미니스트 출판물(남성 중심의 언더그라운드 언론과 성적 콘텐츠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잡지)에 실렸습니다. 로슬러의 작업은 전쟁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기존의 시각도 비판했어요.

집이란 전쟁의 현실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이기도 했지만, 여성이 중심이 되어 가꾸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로슬러는 이러한 가정의 편안함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자 했어요. 전쟁은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바로 집 안에 있다고 말이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b.1946)는 세르비아의 개념 및 행위 예술가로, 신체와 정신의 한계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유명해요. 스스로를 “행위 예술의 할머니"라고 부르며 40년 넘게 활동해온 그녀는 관객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개척했죠. 👵🏻

특히 1997년 공연을 하고 비디오로 제작한 <발칸 바로크>는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예요. 이 작품에서 아브라모비치는 보스니아 전쟁 중 일어난 발칸 반도의 인종 청소 사건을 다루며, 가운을 입고 4일 동안 피 묻은 소 뼈를 힘차게 문질러 닦았어요. 그녀는 '뼈를 아무리 깨끗이 씻어내도 피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손에 베인 악취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전쟁의 참상이 지워질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죠. 이 작품으로 아브라모비치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외에도 아브라모비치는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예술가가 여기 있다>라는 퍼포먼스로 주목받았어요. 그녀는 736시간 30분 동안 미술관의 아트리움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 관객과 마주 보는 무성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은 관객들이 직접 참여해 예술가와 교감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어요. 레이디 가가가 이 공연을 보고 홍보한 덕분에 젊은 관객층도 행위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2007년에 행위 예술을 위한 비영리 재단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인스티튜트를 설립하여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업은 신체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하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어요.

안드레스 세라노(Andres Serrano, b.1950)는 1980년대에 도발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은 미국의 사진작가예요. 그의 작품은 '문화 전쟁'의 중심에 있었는데, 특히 피나 정액, 모유 같은 인체의 체액을 사용한 작품들이 큰 반향을 일으켰죠. 💦

1970년대엔 에이즈/HIV 유행이 시작되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로 인해 보수적인 정치인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논리를 강화하게 되었죠. 세라노는 <Bodily Fluids> 시리즈를 통해 피와 정액이 지닌 이중적인 의미를 탐구했습니다. 피는 수혈로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감염되면 치명적일 수 있고, 정액은 생명을 창조할 수 있지만, HIV/AIDS를 전파해 죽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런 양면성을 가진 작업을 통해 세라노는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도전적으로 표현했어요.

세라노의 '피와 정액 III’ 작품은 혈액과 정액을 혼합해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 그는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예술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탐구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어요. 그의 작품은 생명의 본질과 인간의 조건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중국 예술가 순 위엔(Sun Yuan, b.1972)과 펑 유(Peng Yu, b.1974)는 시체 아티스트로 불립니다. 동물의 척추뼈나 박제한 오브제를 현대적으로 설치하고 기계와 결합시켜 기괴한 모습을 선보여 유명하죠. 🦴 2016년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의뢰한 'Can’t Help Myself'라는 작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피처럼 보이는 붉은 액체를 산업용 로봇 팔이 끌어담는 기계 원리를 이용해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했어요.

순 위엔과 펑 유는 이 작품에서 산업용 로봇, 시각 인식 센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사용해 현대의 자동화된 현실을 표현했습니다. 투명 아크릴 벽 안에 놓인 로봇 팔은 특정 구역 내에 붉은 액체가 유지되도록 임무를 맡았아요. 센서가 액체가 구역을 벗어났음을 감지하면, 로봇 팔은 빠르게 액체를 다시 제자리에 끌어다 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닥과 벽에 붉은 얼룩이 남게 돼요. 🦾

이 작품은 예술가의 의지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어요. 두 작가는 로봇 팔을 개조해 맞춤형 삽을 설치하고, 32가지 동작을 프로그래밍했습니다. 로봇의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동작은 인간 역사의 반복성을 상징합니다. 또한, 국경 지역에서의 폭력과 감시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피처럼 보이는 액체와 그 흔적으로 인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순 위엔 & 펑 유는 특유의 다크한 유머로 이러한 주제를 다루며, 현대 사회의 문제를 예술로 표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