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는 1632년 델프트에서 태어나 평생 동안 같은 도시에서 살았던 네덜란드 화가입니다. 그의 예술적인 성장 배경은 네덜란드 황금시대와 그 시기의 사회적, 경제적, 예술적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네덜란드 황금시대는 17세기에 네덜란드가 해양 강국으로 발전하여 상업과 예술이 번영한 시기를 지칭합니다. 이 시기에 네덜란드는 80년 전쟁의 결과로 스페인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루었고, 네덜란드 공화국이 형성되었습니다. 델프트는 암스테르담, 하를렘, 라이덴, 위트레흐트와 함께 네덜란드의 주요 예술 중심지 중 하나였어요.

그의 아버지는 비단 상인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여관 주인 및 미술품 상인으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이런 가정적인 배경은 어린 페르메이르가 미술에 대한 관심과 실무적인 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었어요. 그는 어릴 적부터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수습생 생활을 하며 예술적인 영감과 기술을 익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빚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후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1653년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가톨릭 신자 여성과 결혼하여 장모의 집으로 이사했고, 그곳에서 11명의 자녀를 낳으며 평생을 화가로 일하다가 겨우 4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17세기 네덜란드 장르화의 특징과 철학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시기의 장르화는 신플라톤주의에 근거하여 정신적인 노력의 결과물인 '메이저 장르’(이데아)를 더욱 우월하게 여겼습니다. 이에 따라 신화, 고전 문학, 성경 등을 표현하는 그림은 그 자체로 우수한 것으로 인정되었고, '마이너 장르’(현상계)로 분류되는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등은 그 이하로 평가되었습니다.

점차 일상생활을 그린 소소한 장르화도 흔하게 그려졌는데, 이는 신플라톤주의가 스며든 결과였습니다. 페르메이르의 작품들도 이러한 철학을 반영하며, 주제는 일상적인 활동에 몰두하는 여성들을 그렸으나, 우아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감돌게 하여 질서있고 기품있게 표현했습니다. 그의 작품 <밀크메이드>에서는 주방 하녀가 우유를 따르는 사실적인 모습을 그렸는데 마치 모든 것은 멈춰있고, 우유만 흐르고 있는 것 같은 시네마그래프가 연상됩니다.

당시 사회에서는 하녀가 주인의 동의가 있든 없든 주인과 연애를 하는 것이 받아들여져, 그림 속 하녀를 섹슈얼리티가 충만하게 그려 넣기도 했습니다. 위 그림에서도 강직해 보이는 여성이지만, 음탕함을 뜻하는 주전자와 우유라는 오브제를 통해 숨겨진 에로틱함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있어요.

또한, 페르메이르의 작품들은 빛과 그림자를 통한 조명의 표현이 돋보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햇빛이 자연스럽게 내리쬐면서 빛과 그림자의 조합을 통해 피사체의 형태와 분위기를 섬세하게 강조했어요. 이를 위해 카메라 옵스큐라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디테일에 대한 애정을 담았습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유명한 초상화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트로니라는 장르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트로니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와 플랑드르 미술에서 발전한 장르로, ‘얼굴 또는 표정’을 의미해요. 인간의 특징과 표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물의 외모와 성격을 상상하여 그림으로 표현하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장르였죠.

‘상상하여 그린다’는 바로 이 점이 트로니와 초상화의 차이점인데, 당시 초상화는 실존하는 인물을 묘사하는 반면 트로니는 공방에서 자유롭게 제작되어 공개 미술 시장에서 유통되었습니다. 트로니는 화가의 기법을 향상시키고 작품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과장된 표정이나 이국적인 의상과 액세서리를 통해 특정 화가가 어떤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를 나타냈습니다.

이 작품은 트로니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며, 신비로운 눈빛으로 인해 '북쪽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려요. 그림은 터번을 두르고 큰 진주 귀걸이를 한 동양 의상을 입은 네덜란드 소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페르메이르는 바로 백인 여성에게 동양풍의 의상과 부유함을 상징하는 진주를 더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소녀의 부드러운 이목구비와 진주의 반짝임, 벌어진 입술과 깜박이는 빛을 통해 빛 표현에 통달한 그의 재능을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렘브란트(1606-1669)는 렘브란트~프란스 할스~페르메이르로 이어지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거장 중 한 명으로, 초기에 트로니를 자주 그렸습니다. 특히 렘브란트는 자신의 얼굴을 모델로 하여 상상 속의 인물을 그렸는데, 그 당시 경제가 번영하여 그림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빠르게 그리기 좋았던 트로니 그림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렘브란트는 26세에 일약 스타로 떠올랐으며, 이후 100여 점의 자화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는 초기 작업의 성공과 영광을 다시 누리고 싶은 열망의 표현이 아니었을까요? 🥴

렘브란트의 트로니 그림을 살펴보면, 남성이 고개를 돌려 짜증스럽고 오만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인물의 목에 금속 갑옷인 '고지트(gorget)'를 입혀놨어요. 고지트는 당시 군인이나 군대를 상징하는 장신구입니다. 또한 인물은 타조 깃털이 달린 커다란 검은색 베레모와 단색 배경, 금색 자수가 더해진 망토와 금색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화려하고 디테일한 의상은 화가가 자신의 숙련된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렘브란트는 자신을 캐릭터화하여 그림에 본인의 특징을 담았어요. 그의 작품들은 기술적 기교와 인상적인 디테일, 빛과 그림자의 대조로 유명합니다.

페르메이르의 '빨간 모자를 쓴 소녀' 또한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역시 트로니예요. 작품 속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소녀가 그려져 있지만, 마치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작품 속 화려한 빨간 모자를 쓴 소녀는 의자에 기대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페르메이르가 그린 것 중 가장 작은 사이즈인데, 그만큼 친밀하게 느껴져요. 모자의 화려한 붉은색과 당시 귀한 안료였던 옷의 푸른색은 그림의 가장 매력적인 특징이며, 소녀에게선 따뜻한 기운이 발산됩니다. 빛이 소녀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으며, 소녀가 착용한 진주 귀고리 역시 밝게 빛나고 있어요. 소녀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습니다.

페르메이르는 생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였습니다. 지역 화가 길드의 일원이었지만, 죽음과 함께 그의 이름은 잊혀갔습니다. 19세기까지 그의 작품은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여겨졌으며, 프랑스 미술 평론가 테오필 토레가 그를 재발견하기 전까지 상당수의 작품이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위대함은 종종 늦게 발견되곤 합니다. 페르메이르의 작품도 그의 생애 동안 충분한 인기와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위대함이 재발견되었습니다. 그의 창의적인 시각과 숙련된 기술,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통찰력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영원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한 해의 절반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자신이 만든 결과와 잠재력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고, 희망과 가능성을 향해 새롭게 도약하는 동기부여를 얻기를 바랍니다. 👍